마포구는 서울에서도 집값이 강세인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도심 접근성이 좋고 주거 선호도가 높은 덕분에 최근 2~3년 새 매매가와 전셋값이 급등했다. 이런 마포구에 연내 새 아파트가 대거 공급될 전망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십수 년간 끌어오던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 사업이 활발해진 덕분이다.
부동산114에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 아파트 실거래 가격을 분석한 결과, 서울 마포구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평균 5억3096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집값이 중하위권이던 마포구는 이제 서초구(10억1487만원), 강남구(10억679만원), 용산구(9억5227만원), 송파구(7억1392만원), 중구(5억6095만원)에 이어 6번째로 집값이 비싼 곳이 됐다. 같은 시기 서울시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5억734만원)을 웃돈다. 10년 전인 2006년만 해도 마포구 아파트는 평균 3억6799만원이면 살 수 있어 당시 서울 평균(4억4214만원)보다 낮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마포구에선 아파트보다 단독·다가구주택이 더 흔했다. 어느새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아현동이나 공덕동 일대는 원래 저층 주택이 밀집한 곳이었다. 그런 마포구에서 2000년대 중반 들어 아파트 공급이 대거 이뤄졌다. 2003년 용산구 한남뉴타운과 함께 아현동 일대가 뉴타운으로 지정되며 마포구 곳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낸 덕분이다.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마포구에 들어선 새 아파트는 67개 단지, 2만1000여가구에 달한다.
그러는 동안 마포구 아파트의 3.3㎡당 시세도 상당히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3년 3.3㎡당 1600만원을 넘기지 못하던 마포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7월 말 기준 3.3㎡당 1832만원까지 치솟았다. 3년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시세가 3.3㎡당 200만원 이상 올랐다.
마포구 시세는 2010년 이후 입주한 단지들이 주도했다. 2014년 입주한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향·동에 따라 8억2000만~8억6500만원(15층 이상, 지난 6~7월 거래 기준). 청약 당시 6억8000만~7억3000만원대 가격에 분양됐던 아파트다.
새 입주 단지 집값이 치솟은 덕분에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추진 중인 주택가도 가격이 올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개별주택(단독·다가구·점포 겸용 단독주택 등) 가격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마포구(7.2% 상승)가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하반기 일반분양이 예정된 신수1구역, 창전1구역, 대흥2구역 등 재개발·재건축 주택가에선 매물로 나온 입주권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 구역 조합원 물량에는 권리가보다 1억~2억원가량의 웃돈이 붙었지만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신수1구역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과거 마포구는 낙후된 이미지가 강했지만 뉴타운 개발을 거치고 대단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주거지로서 선호도가 높아졌다. 조합원 매물을 사겠다는 손님이 줄을 잇는데 팔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말했다.
연내 마포구에서는 5곳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3500여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000여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신수동 신수1구역 재건축 단지다. 길 하나를 두고 서강대와 마주 보는 경의중앙선 서강대역 역세권. 낡은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던 이곳은 이르면 9월 단지명 ‘신촌숲아이파크’로 일반분양에 나선다. 지하 3층~지상 35층, 7개동, 전용 59~137㎡ 총 1015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56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현재 철거를 마친 상태로 시공은 현대산업개발이 맡는다.
신수1구역은 지난해 가을 조합원이 이주할 때 즈음 매물이 대거 나왔다가 최근엔 매물을 내놓는 조합원이 아예 없다.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4억3000만원, 84㎡는 5억6000만원 등이었는데 이주 당시 웃돈이 1억5000만원까지 붙어 팔린 이후 1년 가까이 거래가 뚝 끊겼다. 신수1구역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분양가를 조율 중이다. 일반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7억원대 중후반, 3.3㎡당 2200만~2400만원 선으로 논의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망원동 망원1구역에서도 재건축 사업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망원1구역 재건축조합은 9월 ‘아이파크’ 브랜드를 달고 일반분양을 진행한다. 최고 17층, 6개동 전용 59~111㎡ 총 375가구로 구성된다.
대흥동 대흥2구역 재개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흥2구역 재개발조합도 최근 조합원 동호수 추첨을 마치고 9월 말 일반에 분양, 10월까지는 철거를 완료할 예정이다. 대흥2구역은 단지 모퉁이에 지하철 2호선 이대역을 끼고 있는 초역세권이다. 단독주택구역을 재개발해 전용 59~112㎡ 총 1248가구를 짓는다. 이 중 일반에 분양될 아파트는 492가구다. GS건설이 시공하며 ‘신촌그랑자이’ 이름이 붙는다.
대흥2구역 조합원 입주권에도 평균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었다. 조합원에 분양된 남동향 전용 84㎡의 경우 최근 조합원 분양가(5억6292만원)에 2억2000만원가량의 웃돈이 붙어 7억8292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조합은 신촌그랑자이 일반분양가로 3.3㎡당 평균 2600만원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5·6호선 공덕역 역세권인 공덕동 마포로6구역은 ‘SK뷰’ 브랜드를 달고 연내 분양될 예정이다. 7월부터 철거 작업을 시작했으며 11월 말이면 전용 40~115㎡로 구성된 546가구 중 254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조합은 3.3㎡당 평균 분양가로 2100만~2200만원을 검토 중이다.
▶마포 평균 집값, 서울서 6번째로 높아
태영건설이 분양하는 창전동 창전1구역 ‘마포웨스트리버태영데시앙’도 조합원 분양가(5억5000만~5억6000만원)에 웃돈 1억~1억2000만원이 붙어 거래된다. 이 단지는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과 경의중앙선 서강대역까지 걸어서 5분 내에 도착한다. 2호선 신촌역도 도보 10분 거리다. 단지 뒤쪽으로는 와우산과 와우공원을 끼고 있으며 도보 5분 거리에 경의선 숲길이 조성돼 있다.
마포웨스트리버태영데시앙은 당초 지난 7월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었으나 8월 이후로 미뤄졌다. 총 276가구의 크지 않은 단지며, 이 가운데 145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아파트 투자를 염두에 뒀다면 가장 간단한 투자 방법은 분양이 임박한 단지 물량을 일반분양받거나 미리 조합원 입주권을 사두는 것이다. 보통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 조합원 물량은 일반분양에 비해 선호도 높은 층·향·동에 배정되는 만큼 가치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사업지 5곳은 일반분양이 임박한 만큼 조합원 입주권에 상당한 웃돈이 붙어 있는 상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조합원 물량은 일반분양을 앞두고 지분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다”며 “이 시기 일반분양 예상 분양가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조합원 지분 가격과 꼼꼼히 비교해 투자 방법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포구가 서울 서북권 집값을 선도하는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최근 부쩍 치솟은 매매가격과 분양가격을 두고 주의를 당부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마포구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평균 18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웃돈)을 감안하더라도 적정 분양가는 3.3㎡당 2000만원 초반대 정도다. 최근 청약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 이상 가격에도 분양은 흥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대한 만큼 시세차익을 누리지 못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