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의 새로운 신청사 이전 계획으로 신·구도심 주민 간 갈등 등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 자체가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4일 시청 문예회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 업무 빌딩의 기부채납이 지난해 11월 확정돼 신청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며 “청사를 이 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경기 고양시장은 4일 시청 문예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고양시청 신청사를 기존에 계획된 덕양구 주교동 공영주차장 부지가 아닌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지난 6개월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신청사TF를 구성해 단계적 방안 등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했고, 지난해 11월 기부채납이 확정된 약 6만6000㎡(2만평)에 달하는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면서 “보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변경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오직 시민들을 위한 정책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양시가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일들에 대한 정리도 필요했다”면서 “이번 청사 이전 결정은 오직 시민을 위한 정책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경기 고양시가 지난 4일 새로운 신청사 공간으로 밝힌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 이 부지와 건물은 오는 3월 고양시로 기부채납 될 예정이다. 고양시 제공사진 크게보기
경기 고양시가 지난 4일 새로운 신청사 공간으로 밝힌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 이 부지와 건물은 오는 3월 고양시로 기부채납 될 예정이다. 고양시 제공
현 청사는 고양군 시절이었던 1983년 건립된 건물로 공간이 부족해 40여 개 부서가 시청 주변 건물을 빌려 사무실로 쓰고 있다.
고양시청사 이전 계획은 이재준 전 시장 시절에 세웠다. 고양시는 2019년 3월 ‘신청사 건립기금 조례’를 제정하고 이전 추진을 본격화했다.
시의원과 청사 건립 관련 전문가 등 17명으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려 이듬해인 2020년 일부 시유지가 포함된 현 청사 인근 주교동 제1공영주차장 부지 일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5월 착공해 2025년 10월 준공할 계획이었다.
고양시는 당시 부지선정 이유에 대해 “구도심에 시청을 남겨 균형 발전을 꾀하고, 시유지를 활용해 비용을 아끼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동환 시장이 요진빌딩으로의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청사 건립은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고양시는 기부채납 받은 백석동으로 청사를 이전하면 애초 계획보다 2900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구도심 시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은 “시청사가 신도시 지역으로 이전하면 구도심의 퇴보는 가속화 될 것”이라며 이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은 “고양시는 ‘2900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며 언론에 홍보하는데, 기부채납 받는 자산을 다른 용도로 이용할 경우 얻어지는 시와 시민들의 이익은 왜 따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인구 감소와 상가 공실 등으로 슬럼이 될 수 있다며 청사 이전 발표를 비판했다. 이재준 전 시장도 교통망 확충과 공무 효율, 노약자 접근성 등을 고려해 신청사를 짓기로 했는데 갑자기 무산됐다며 청사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고양시가 신청사 부지 확정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를 믿고 주변 지역 오피스텔 등을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은 부동산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고양시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반발이 이어지자 경기 고양시는 5일 덕양구 원당동 등 구도심 일대의 지역 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고양시가 밝힌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에 따르면 기존 청사에 산하기관들을 들이고 일부 공간은 문화예술회관이나 체육관 등으로 활용한다.
이에 이 시장은 “백석동 업무빌딩을 신청사로 사용하면 쾌적한 환경에서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고 시민·직원 만족도 또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청사를 백석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구도심 원당지역 활성화를 위한 (가칭)‘원당 재창조 프로젝트’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신청사를 백석동 요진 빌딩 이전으로 결정하면서 신청사 건립 사업비 29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1700억원에 달하는 신청사 건립 기금 재원을 시 공공시설과 미래 인재양성 등 성장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 청사 부지는 복합문화청사로 개발하고 청사주변지역은 도심복합개발지구로 지정해 원당2구역 도심재개발과 연계하는 등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한 성사혁신지구는 기존 오피스텔 조성 중심의 계획에서 공영주차장과 업무시설(창조혁신캠퍼스) 중심으로 계획을 변경해 추진할 방침이다.
원당역세권 인근 그린벨트 지역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창업·벤처 혁신 지구로 정비해 청년들의 스타트업 도전을 지원하게 된다. 낙후된 주택가를 신속하게 개발하기 위해 주민 협의체를 구성하고 도시재정비 활성화 구역은 블록별 개발을 추진한다.
또한 원당역과 창조 연구개발 캠퍼스를 잇는 약 1㎞ 구간은 주민들이 편히 걸을 수 있는 보행로와 오픈 카페 거리로 정비한다.
애초 청사 이전 예정지는 덕양구 주교동 일원으로 전체 면적 7만3000여㎡,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의 5개 동을 짓는 계획이었다. 새로 변경된 곳은 일산신도시 백석동에 있으며, 요진개발로부터 기부받은 6만6000여㎡에 지하 4층 지상 20층 규모다.
이 시장의 새로운 청사 이전 계획과 관련된 기사에는 대체로 신도시 시민들은 찬성, 구도심 시민들은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의원들은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향후 관련 예산 심의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