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의 숙원사업 ‘식사트램(위시티사거리~고양시청~대곡역)’ 건설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고양시가 당초 예상한 식사 트램 개통 시기는 2029~2030년이지만, 경기도의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연구용역’발표 시점이 미뤄지면서 2030년 개통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 발표 5월→12월 연기
6일 경기도, 고양시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올 연말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2026~2030)’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발표 시점은 5월이었으나, 노선 사업성 검토 과정 등이 길어지면서 12월로 미뤄졌다.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은 경기도 철도계획의 청사진이자 최상위 계획이다. 경기도에 철도를 건설하려면 이 계획에 먼저 포함돼야 한다. 경기도는 도내 주요 도시철도사업을 반영하기 위한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용역을 2021년부터 추진해 왔다.
앞서 고양시는 식사트램을 비롯해 총 3개 노선을 경기도 도시철도망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식사트램 외 다른 2개 노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경기도 철도항만물류국 관계자는 “경기도 내에서 추진되는 전 노선을 검토하다보니 용역 기간이 길어졌다”며 “12월에 연구 용역이 끝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토부와 (계획 승인을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안에 국토부에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과 발표 이후에는 주민공청회 개최, 국토교통부 승인 신청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경기도의 승인 신청 이후에는 국토부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담당한다.
■ 2030년 개통 어려운 이유 또 있다…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관건’
고양시는 올해 안에 제안 노선을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하고, 국토부 승인을 마친다는 것을 전제로, 노선 개통 예상 시점을 약 2030년으로 보고 있다. 시가 내부적으로 세운 계획안에 따르면 해당 노선 사업기간은 ▲2024년 기본계획 수립 ▲2025년 국토부 계획 승인으로 설계 추진 ▲2026년 사업계획 승인·공사 시행(3년) 등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이라며 “경기도가 국토부에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 승인 신청을 하면 고시(확정)까지 약 1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즉, 내년 안에 국토부 승인 및 고시가 이뤄지고, 예비타당성 조사, 기본·실시설계, 사업계획 수립 등 절차를 빠르게 통과해야만 약 1년이 길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트램 개통이 약 1년 지연된다면 그나마 낙관적인 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대형 공공 투자사업의 사업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는 어지간한 철도 노선이 고배를 마신 단계로, 한번에 통과하기가 어렵다. 올 4월 착공한 위례 트램은 지난 2008년 광역교통대책에 포함되면서 사업 추진이 시작됐으나, 6년 뒤인 2014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한동안 표류했다.
지하철이 아닌 점도 사업 추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트램은 지하철보다 시간·비용이 적게 투입되지만, 자칫 지자체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국내에서 활발히 추진되지 않는다. 전국에서 등장한 트램 사업 중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계획 발표 후 약 15년 만에 착공이 들어간 위례 트램이다.
식사트램은 경제성(B/C)분석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역균형발전과 정책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AHP(계층화 분석법)가 0.5를 넘으면서 사업 추진에 물꼬를 트게 됐다. 고양시 관계자는 “식사 트램의 경우 ‘고양 창릉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일환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정책적인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 식사동 트램, 3기 신도시 광역 대책 포함
식사트램은 위례트램 등 다른 노선보다 이해당사자로 볼 수 있는 주민 인원이 상당하다. 식사트램 종착역인 위시티사거리역에선 풍산동ㆍ식사동 주민이 탑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식사동 인구 4만630명, 풍산동 인구는 3만7235명를 고려하면 역당 수혜 인구는 약 8만명 수준이다.
이는 위례트램의 역 당 수혜 인구보다 많은 편이다. 각 인구가 4만명 수준인 송파구 위례동과 성남시 위례동을 지나는 위례트램은 총 10개 역을 지난다.
이 일대에 철도 대책이 수차례 추진될뻔 했다는 점도 위례트램 기대감 높이는 근거다. ‘위시티’로 알려진 식사동은 2007년부터 고양시 일산동구 일대 대지면적 122만여 m²에 걸쳐 미니 신도시급으로 개발된 식사1·2지구로, 조성 당시 경전철이 계획됐다. 그러나 2007년 타 지역에서 반대 여론이 강하게 일면서 끝내 무산됐다.
결국 식사동 일대는 입주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대중교통망이 열악해 ‘식사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곳은 배우나 운동선수 등 공인이 많이 살아서 ‘연예인 아파트’로도 불린다. 고급스러운 조경과 커뮤니티 센터, 국제고 등을 갖춘 데다 일산 MBC를 비롯해 방송국·드라마 세트장 등이 가까이 있다.
위시티 단지 조경은 10여년이 지난 현재도 회자될 정도다. GS건설은 2011년 당시 3개 단지에 조경 비용 6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비롯해 여러 드라마·영화 촬영지로도 각광받았다.
일각에선 경기도 도시철도망 계획안에 식사트램이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식사트램은 고양시가 경기도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한 3개 노선 중 하나이기 때문. 만약 다른 노선이 채택되면 식사동은 지난 2008년 경전철 보류 악몽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일대 주민들은 조기 착공을 요청하고 있다. 식사동 주민들로 구성된 고양도시철도추진연합회는 최근 “식사 트램은 고양시 내부교통망을 확충하고 교통소외지역과 광역철도노선을 연결하는 도시철도의 출발점”이라며 “고양시는 식사선 착공 전까지 1500억원 사업비를 보존하고, 위례선을 모델로 도시철도 건설절차를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해 식사선을 조기 개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